장르 · 한국
한국 발라드의 계보: 이문세·변진섭·신승훈에서 폴킴까지
춤곡을 뜻하던 서양 말이 한국에서 느린 사랑 노래의 이름이 되기까지, 이문세부터 요즘 차트에 남은 옛 곡까지 짚었다.
글 Ari Sol ·
소리플레이가 10월 26일 0시 24분(한국 시각)에 저장한 유튜브 뮤직 한국 주간 인기곡 99곡 가운데 86위는 성시경의 '희재'다. 2003년 영화 '국화꽃 향기'에 실린 노래다. 94위에는 2018년 드라마 '키스 먼저 할까요?'에 나온 폴킴의 '모든 날, 모든 순간'이, 2위에는 올해 6월 음악 생성 AI로 만든 머무르의 '꿈꾸던 어른이 되었나요?'가 올라 있다. 20년 넘게 떨어진 세 노래를 한국 사람들은 똑같이 발라드라고 부른다. 원래 춤곡을 가리키던 이 말은 어쩌다 느린 사랑 노래의 이름이 됐을까.
춤추며 부르던 노래에서 느린 사랑 노래로
발라드(ballad)라는 말의 뿌리는 '춤추다'라는 뜻의 후기 라틴어 발라레(ballare)다. 프로방스어 발라다(balada)와 중세 프랑스어를 거쳐 영어에 들어왔다. 처음에는 춤추며 부르는 노래를 뜻했다. 그 뒤로는 짧은 연에 이야기를 담아 부르는 민요나 시를 가리키게 됐다.
20세기 대중음악에서는 느리고 감상적인 사랑 노래를 발라드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한국 발라드도 이 서양 대중가요의 발라드에서 갈라져 나왔다. 다만 한국에서 이 말이 대중가요의 큰 줄기를 가리키게 된 것은 1980년대 중반부터다.
1985년, 이영훈이 쓰고 이문세가 부른 노래
출발점으로 자주 꼽히는 음반은 1985년 나온 이문세 3집 '난 아직 모르잖아요'다. 작곡가 이영훈이 이 앨범부터 이문세와 손을 잡았다. 두 사람은 2001년까지 정규 앨범 8장을 함께 만들었다. 경북매일과 주간경향은 이영훈을 1980년대 한국 대중음악에 '팝 발라드'라는 장르를 연 작곡가로 소개한다.
부산일보에 1980~90년대 명반을 소개한 최성철 페이퍼레코드 대표는 두 사람의 팝 발라드가 변진섭, 신승훈, 조성모 같은 '발라드 황제 급' 가수들로 이어졌다고 썼다. 그래서 한국 발라드의 계보를 따질 때 이문세가 맨 앞에 선다.
변진섭과 신승훈, '발라드 황제'라는 별명
1988년에는 변진섭이 '홀로 된다는 것'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 작곡가 하광훈과 처음 함께 만든 노래로, 두 사람의 인연은 이 곡에서 시작됐다. 1990년에는 신승훈이 '미소 속에 비친 그대'로 데뷔했다. 신승훈은 그 뒤 '발라드의 황제'라는 별명을 얻었고 헤럴드경제는 2025년 기사에서도 그를 이 이름으로 불렀다.
R&B를 섞은 2000년대, OST로 퍼진 2010년대
2000년대에는 흑인 음악 R&B의 창법이 발라드에 들어왔다. 2004년 '타임리스'로 데뷔한 SG워너비가 대표적이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경향신문에 이 그룹이 한국형 발라드에 R&B의 장점을 접목해 '미디엄템포 발라드'라는 새 장르를 열었다고 평했다. 뉴시스는 2000년대 이 장르의 바람을 일으킨 팀으로 SG워너비와 함께 V.O.S, 엠투엠, 씨야를 꼽았다. 2021년 4월 SG워너비가 MBC '놀면 뭐하니?'에 나온 뒤에는 17년 전 데뷔곡 '타임리스'가 음원 차트 상위권에 다시 올랐다.
영화와 드라마의 OST는 발라드가 사람들 귀에 닿는 또 하나의 길이 됐다. 성시경은 2003년 영화 '국화꽃 향기'의 OST로 '희재'를 불렀다. 폴킴의 '모든 날, 모든 순간'은 2018년 3월 드라마 '키스 먼저 할까요?'의 세 번째 OST로 나왔다. 텐아시아는 이 곡을 작곡팀 어깨깡패가 만든 어쿠스틱 팝 발라드로 소개했다.
아이돌 노래 사이에서 버티는 발라드
2010년대 뒤로 차트의 중심은 아이돌 노래로 옮겨 갔다. 코리아타임스는 2025년 9월 기사에서 멜론의 2024년 연간 차트 10위 안에 든 정통 발라드가 아이유의 'Love wins all' 한 곡뿐이었다고 짚었다. 한국경제에 따르면 2024년 1월 24일 나온 이 노래는 그해 연간 차트 4위였다.
1990년 데뷔한 신승훈은 2025년 9월 10년 만의 정규 앨범 'SINCERELY MELODIES'를 내면서 달라진 처지를 이렇게 말했다. "음악 감상실에서 돈을 내고 듣던 시대도 있었는데, 지금 발라드는 이야기를 나누며 듣는 BGM(배경음악)이 됐다." 그러면서도 "발라드는 스탠더드처럼 남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간 인기곡 99곡에 섞인 23년
소리플레이 저장본을 보면 차트에 오른 발라드는 발매 연도가 제각각이다. 같은 주간 인기곡 99곡에 2024년의 'Love wins all'이 39위, 2003년의 '희재'가 86위, 2018년의 '모든 날, 모든 순간'이 94위로 함께 있다. 같은 시각 저장한 일간 인기 뮤직비디오 100편에서는 73위가 이승환의 '어떻게 사랑이 그래요'다. 2006년 9집에 실린 노래를 이승환이 정준일과 다시 불러 9월 29일 공식 채널에 올린 영상이다.
발라드가 오래 남는 데는 다시 부르는 사람의 몫이 크다. 10월 25일 밤 저장한 인기 급상승 20곡에서도 9위는 도경수가 다시 부른 성시경의 '너의 모든 순간'이었다. 이 노래가 음원으로 나온 과정은 도경수 기사에 담았다. 신승훈의 말처럼 발라드는 배경음악이 됐는지 모른다. 그래도 누군가 다시 꺼내 부르면 몇 해, 길게는 20년 지난 노래도 차트로 돌아온다. AI로 만든 머무르의 노래가 발라드의 모양으로 주간 2위에 오른 것을 보면, 이 장르를 찾는 사람은 여전히 많다.
1985년부터 2024년까지, 한 해에 한 곡씩
- 1985년: 이문세의 '난 아직 모르잖아요', 이영훈과 처음 함께 만든 3집의 이름이 된 노래.
- 1988년: 변진섭의 '홀로 된다는 것', 하광훈과 이어 온 인연의 첫 곡.
- 1990년: 신승훈의 '미소 속에 비친 그대', '발라드의 황제'의 데뷔곡.
- 2003년: 성시경의 '희재', 영화 '국화꽃 향기' OST.
- 2004년: SG워너비의 '타임리스', R&B를 섞은 데뷔곡.
- 2006년: 이승환의 '어떻게 사랑이 그래요', 9집 수록곡.
- 2018년: 폴킴의 '모든 날, 모든 순간', 드라마 OST.
- 2024년: 아이유의 'Love wins all', 멜론 2024년 연간 차트 4위.
자료와 출처
- 유튜브 한국 주간 인기곡(Top 100 Songs South Korea)과 일간 인기 뮤직비디오(Daily Top Music Videos - South Korea) 차트, 소리플레이가 2026년 10월 26일 오전 0시 24분(한국 시각) 저장한 것. 인기 급상승(Trending 20 South Korea)은 2026년 10월 25일 오후 8시 42분(한국 시각) 저장한 것
- Dictionary.com 'ballad', 영어 위키백과 'Ballad': 후기 라틴어 ballare에서 프로방스어 balada와 중세 프랑스어를 거친 어원, 춤추며 부르던 노래에서 이야기 노래로, 20세기 대중음악의 느린 감상적 노래 (2026년 10월 26일 확인)
- 영어 위키백과 'Korean ballad': 서양 대중가요의 발라드에서 갈라져 나온 갈래, 1980년대 주류, 이문세 '난 아직 모르잖아요'(1985년, 이영훈 작곡)와 변진섭 '홀로 된다는 것'(1988년, 하광훈 작곡), 2010년대 뒤 아이돌 노래에 밀린 흐름 (2026년 10월 26일 확인)
- 경북매일 2019년 1월 15일, 주간경향 2009년 3월 3일, 프레시안 2008년 4월 4일: 1985년 이문세 3집부터 이영훈 참여, 2001년까지 정규 앨범 8장, '팝 발라드' 장르를 연 작곡가 (2026년 10월 26일 확인)
- 부산일보 2015년 7월 23일: 최성철 페이퍼레코드 대표의 글, 이문세와 이영훈의 팝 발라드가 변진섭·신승훈·조성모로 이어졌다는 평 (2026년 10월 26일 확인)
- 스포츠경향 2026년 4월 7일: 1988년 '홀로 된다는 것'부터 이어진 변진섭과 하광훈의 인연 (2026년 10월 26일 확인)
- 헤럴드경제 2025년 9월 23일, The Korea Times 2025년 9월 26일, 영어 위키백과 'Shin Seung-hun': 1990년 '미소 속에 비친 그대'로 데뷔, '발라드의 황제', 10년 만의 정규 앨범 'SINCERELY MELODIES', 배경음악 발언, 멜론 2024년 연간 차트 10위 안의 정통 발라드 (2026년 10월 26일 확인)
- 경향신문 2021년 4월 20일, 뉴시스 2021년 5월 1일, The Korea Times 2021년 4월 23일: SG워너비 2004년 데뷔, 김도헌 평론가의 평, 2000년대 미디엄 템포 발라드 바람, '놀면 뭐하니?' 출연 뒤 '타임리스'의 차트 재진입 (2026년 10월 26일 확인)
- 엑스포츠뉴스 2020년 10월 3일, 뉴스서울 2023년 6월 14일: '희재'는 2003년 영화 '국화꽃 향기' OST (2026년 10월 26일 확인)
- 텐아시아 2018년 3월 21일, 엑스포츠뉴스 2018년 10월 30일: '모든 날, 모든 순간'은 '키스 먼저 할까요?'의 세 번째 OST, 어깨깡패 작곡, 어쿠스틱 팝 발라드 (2026년 10월 26일 확인)
- 스포츠경향 2024년 1월 25일, 한국경제 2025년 1월 9일: 'Love wins all' 2024년 1월 24일 공개, 발라드, 멜론 2024년 연간 차트 4위 (2026년 10월 26일 확인)
- 텐아시아 2014년 10월 27일, 텐아시아 2014년 11월 25일: '어떻게 사랑이 그래요'는 2006년 정규 9집 수록곡 (2026년 10월 26일 확인)
- 스포티비뉴스, 인사이트 2026년 10월 14일: 머무르의 '꿈꾸던 어른이 되었나요?'를 음악 생성 AI 수노로 만들었다는 사실 (2026년 10월 26일 확인)
- 유튜브: 아이유 공식 채널 'Love wins all' 뮤직비디오, 이승환 공식 채널 '어떻게 사랑이 그래요' 영상, 머무르 채널 '꿈꾸던 어른이 되었나요?', 뉴런뮤직 채널 '모든 날, 모든 순간' 가사 영상의 채널과 공개 시각, 2026년 10월 26일 오전 1시 무렵(한국 시각)에 유튜브 데이터 API로 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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