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계 이슈 · 한국
AI가 부른 머무르의 '꿈꾸던 어른이 되었나요?' 멜론 3위까지
음악 생성 AI 수노로 만든 발라드가 유튜브 한국 주간 인기곡 2위에 오르면서 사람 가수와 같은 차트에서 겨뤄도 되느냐는 논쟁이 붙었다.
글 Ari Sol ·
노래를 부른 가수가 없는 발라드가 한국 음원 차트 상위권에 올랐다. 머무르의 '꿈꾸던 어른이 되었나요?'는 사람이 가사를 쓰고 기본 작곡과 노래는 음악 생성 AI 서비스 수노(Suno)가 맡은 곡이다. 6월에 나온 이 노래는 9월부터 순위가 오르기 시작했다. 10월 2일 멜론 톱100에 18위로 들어왔고 13일 오후 4시에는 3위까지 올라갔다.
가수 없이 만든 발라드
머무르는 가수 이름이 아니라 프로젝트 이름이다. 경향신문 인터뷰에 따르면 곡을 만든 사람은 작사·작곡팀 글로리웨이브의 이용석·최성혁이다. 두 사람은 10여 년 동안 길구봉구, 황치열 같은 가수들과 작업해 왔다. 가수와 소속사가 원하는 곡을 써 주던 이들이 머무르에서는 기획부터 제작까지 방향을 직접 정한다.
곡은 수노에 명령어를 넣어 만들었다. 명령어를 바꿔 가며 여러 번 고치고 소리를 덧대 완성도를 높였다. 원하는 부분만 AI가 정확히 고쳐 주지 않을 때는 결과물을 기존 작업 프로그램으로 가져가 멜로디를 직접 불러 넣거나 구성을 바꾼 뒤 다시 AI에 넣었다. 노래는 작곡가로서 꿈을 고민하던 개인적인 경험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글로리웨이브가 처음부터 AI를 반긴 것은 아니다. 수노를 처음 써 봤을 때는 장난감에 가깝다고 생각했는데, 지난겨울 다시 써 보고는 달라진 수준에 놀랐다. 그동안 들인 노력이 부정당하는 것 같아 한동안 작업을 못 할 만큼 고민했다. 결국 기술의 발전을 막을 수 없다면 빨리 이해하고 직접 써 보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다. 두 사람은 인터뷰를 '도구는 변해도 이야기는 변하지 않는다'는 말로 맺었다.
음원 사이트에서는 이런 사정이 잘 보이지 않는다. 벅스의 곡 정보에는 보컬과 작사·작곡·편곡이 모두 '머무르'로 적혀 있다. 곡 정보만 읽어서는 AI가 부른 노래인지 알 수 없다.
주간 인기곡 1·2위에 오른 어른의 노래
소리플레이는 유튜브가 매주 발표하는 한국 인기곡 차트를 저장한다. 10월 21일 저장한 차트에서 '꿈꾸던 어른이 되었나요?'는 2위였고 1위는 아이들(i-dle) 소연의 '퇴사할게여 (Narr. 기안84)'였다. 같은 날 일간 인기 뮤직비디오 차트에서 두 곡은 5위와 8위였다. 일주일 전인 10월 14일에 저장한 일간 차트에서는 머무르가 1위였다.
두 곡은 만든 방식이 정반대다. '퇴사할게여'는 소연이 9월 7일 낸 첫 정규 앨범 '끝내주는 인생'의 타이틀곡이다. 퇴사하겠다는 선언으로 시작하는 경쾌한 밴드 곡이고 방송인 기안84가 내레이션을 맡았다. 발매 열흘 만인 9월 17일 멜론 톱100 1위에 올랐고 다음 날에는 멜론과 지니, 벅스를 비롯한 주요 음원 사이트의 실시간 차트 1위를 휩쓸었다. 톱스타뉴스는 이 곡의 순위가 출근 시간대에 빠르게 올랐다고 전했다.
만든 방식은 달라도 두 노래가 건드리는 마음은 닮았다. 한 곡은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외치고 다른 한 곡은 어릴 때 꿈꾸던 어른이 되었는지 스스로에게 묻는다. 스포티비뉴스와 인사이트는 머무르의 곡에 달린 댓글에서 취업과 직장 생활, 돈 걱정을 안은 2030세대가 위로를 받았다는 반응이 많다고 전했다.
10월 21일 오전 9시 기준 유튜브 조회수는 '퇴사할게여' 뮤직비디오가 2,406만 6,698회, '꿈꾸던 어른이 되었나요?' 영상이 1,191만 4,939회였다. 소리플레이가 10월 20일 저장한 한국 인기 아티스트 차트에서는 소연이 18위, 머무르가 20위였다. 아이돌의 첫 정규 앨범 타이틀곡과 얼굴 없는 AI 프로젝트가 같은 주에 1·2위를 나눠 가진 셈이다. 소리플레이가 보기에 사람들은 누가 불렀느냐보다 어떤 이야기를 하느냐를 보고 노래를 골랐다.
사람 가수와 같은 차트에서 겨뤄도 될까
순위가 오르자 반응은 둘로 갈렸다. 경향신문이 소개한 반응 가운데는 '기계가 내 마음을 움직였다'는 말도 있고 노래는 좋지만 AI 음원이라 듣기 꺼려진다는 말도 있다. 스포티비뉴스와 인사이트는 AI가 부른 노래를 사람 가수의 곡과 같은 잣대로 평가하고 같은 차트에서 경쟁시키는 것이 공정하냐는 지적이 나왔다고 전했다. 만든 방식만으로 곡을 배제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도 함께 실었다.
머무르만의 일도 아니다. 또 다른 AI 곡인 조선힙합의 '마음의 숲'도 멜론 톱100에 들었다. 스포티비뉴스가 인용한 한 가요계 관계자는 AI로 만들었다는 이유만으로 곡을 다르게 소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고 봤다. 다만 듣는 사람이 제작 과정과 AI 활용 여부를 분명히 알 수 있게 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에서 본 벅스의 곡 정보에는 아직 그런 표시가 없다.
저작권료가 들어오지 않는 이유
차트 성적과 달리 머무르는 작사·작곡 저작권료를 받지 못한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음저협)에 곡을 신탁 등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허프포스트코리아는 방송과 공연, 매장 배경음악, 노래방에서 생기는 저작권료도 지금은 받기 어렵다고 전했다. 음원 사이트에서 재생될 때 생기는 수익은 유통사를 거쳐 따로 정산받는다.
음저협도 길을 열려다 멈췄다. 음저협은 8월 3일, AI를 쓴 음악이라도 사람이 작사·작곡·편곡에 실질적이고 주도적으로 참여했다면 사람이 만든 부분에 한해 신탁 등록을 받겠다는 기준을 내놓았다. 명령어만 넣어 AI가 자동으로 만든 음악은 대상에서 뺐다. 그러자 문화체육관광부가 8월 18일 공문을 보내 문화예술계 전반의 공론화가 먼저 필요하다는 뜻을 전했다.
음저협은 8월 25일 이사회에서 이 기준을 22일 만에 철회했고 그 기준으로 등록을 마친 곡은 등록 취소 절차를 밟게 했다. 앞으로는 국회와 정부, 음악 산업계가 함께 논의해 법과 제도로 기준을 세우겠다는 입장이다. 그 기준이 나오기 전까지 AI가 부른 노래는 차트에서는 사람 가수와 나란히 서지만 저작권료를 나누는 자리에는 들어가지 못한다.
두 노래는 머무르의 '꿈꾸던 어른이 되었나요?'와 소연의 '퇴사할게여'에서 들어 볼 수 있다. 한국 대중음악이 어디서 출발해 여기까지 왔는지는 한국 음악 총정리에 모아 두었다.
자료와 출처
- 경향신문 '머무르' 인터뷰, 2026년 10월 16일: 글로리웨이브의 제작 방식과 생각, 반응, 음저협 신탁 미등록과 유통 수익 (2026년 10월 21일 확인)
- 스포티비뉴스, 인사이트 2026년 10월 14일: 13일 오후 4시 멜론 톱100 3위, 9월부터 상승, 수노, 2030세대 반응, 공정성 논쟁, 조선힙합 '마음의 숲' (2026년 10월 21일 확인)
- 허프포스트코리아(2026년 10월 15일 차트 기준), 민들레 2026년 10월 6일: 10월 2일 멜론 톱100 18위 진입, 받기 어려운 저작권료 (2026년 10월 21일 확인)
- 벅스 곡 정보: 보컬·작사·작곡·편곡 표기 (2026년 10월 21일 확인)
- 경향신문 2026년 8월 25일, 스포츠월드 2026년 10월 19일: 음저협 AI 활용 음악 신탁 기준 발표(8월 3일), 문화체육관광부 공문(8월 18일), 철회(8월 25일)와 등록 취소 (2026년 10월 21일 확인)
- 경향신문 2026년 9월 20일, 톱스타뉴스 2026년 9월 21일: 소연 정규 1집 '끝내주는 인생'(9월 7일), 9월 17일 멜론 톱100 1위, 18일 주요 음원 사이트 실시간 차트 1위, 출근 시간대 상승 (2026년 10월 21일 확인)
- 유튜브: 머무르 MEOMURU 채널 '꿈꾸던 어른이 되었나요?', i-dle (아이들) 채널 '퇴사할게여 (Narr. 기안84)' 뮤직비디오의 공개 시각과 조회수, 2026년 10월 21일 오전 9시 7분(한국 시각)에 유튜브 데이터 API로 읽음
- 유튜브 한국 주간 인기곡(Top 100 Songs South Korea)과 일간 인기 뮤직비디오 차트, 소리플레이가 2026년 10월 21일 저장한 것. 인기 아티스트 차트는 2026년 10월 20일, 머무르가 1위였던 일간 인기 뮤직비디오 차트는 2026년 10월 14일에 저장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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